(스포일러 없음. 아니, 영화 자체에 스포일러가 될만한게 없음.)

금자씨는.
경동맥에 송곳을 꽂거나, 아킬레스건을 자른다거나,
15년동안 군만두만 먹인다거나,
스스로의 혓바닥을 자르게하는 잔인한 복수를 하지 않는다.

대장금의 이미지 덕분일까.
아니면 의도된 감독의 연출이었을까.
금자씨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영애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어쨌든 그녀는 매우 친절하다.

오대수의 15년에서 겨우 2년이 모자랐을 뿐인데.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인지, 그녀가 갇힌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금자씨는 절망하거나 울부짖지 않고 조용히 복수만을 준비한다.

복수 삼부작의 마지막.
처음부터 복수를 하는 사람도, 복수의 대상도 명확하다.

"너 착한놈인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거 이해하지?" - 복수는 나의것
"누나하고 난 다 알면서도 사랑을 했어요.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 - 올드보이
전작들에서 보이는 선악의 모호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차근차근 온전히 "복수"에만 집착하는 금자씨.

마치, 에드몽 당테스 시절을 건너뛰고
오로지 몽테크리스토백작이 된 부분만을 읽고 있는 기분이다.

어이없이 나타나는 엄청난 카메오들과 군데군데 보이는 전작의 차용.
"이것이 복수의 마지막이요"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친절하지만 강요된 개운함.

뭐, 2000원으로 혼자 보고왔으니 그닥 아깝지는 않아요.


p.s. 하지만, 아무리 교복을 입고 어리게 보이려 애를 써봐도
      백만년 산소같은 여자 일것만 같은 금자씨 역시 눈가의 주름은 지울 수 없었다.

p.p.s. 놀랄만한 장면마다 날 붙잡고 늘어지던 그녀의 기분도 좋지만은 않았을듯.
         버릇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나는 당황했다고.
         당연하지. 혼자 영화보러갔는데 옆에서 붙잡고 늘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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