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대박을 누렸습니다. 허허허.
수잔은 양지바른 시냇가(陽川區) 나뭇골(木洞)에 살았다.
곧장 신정산 북측에 닿으면, 우물 위에 오래 된 은행이 서 있고,
은행을 향하여 사립문이 열렸는데, 두어 칸 초가는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수잔은 술마시기만 좋아하고, 그의 남편이 리니지 아이템을 팔아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의 남편이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혼자만 술을 마시니, 술을 마셔 무엇합니까?"
수잔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음주를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피시(被弑)방 알바(謁珤)라도 못 하시나요?"
"피시를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과외(課外)는 못 하시나요?"
"과외(課外)는 밑천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남편은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술만 먹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늘었단 말씀이오?
피시(被弑)방 알바도 못 한다, 과외도 못 한다면, 도둑질이라도 못 하시나요?"
수잔은 먹던 잔을 엎어 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혼자서 술먹기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이제 칠 년일걸……."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수잔은 제정신으로는,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미다래(味多來)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서울 성중에서 제일 부자요?"
김씨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수잔이 곧 이씨의 집을 찾아갔다.
수잔은 정씨를 대하여 바닥에 침을 뱉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만 냥을 꾸어 주시기 바랍니다."
명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만 냥을 내주었다. 수잔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박씨 집의 자제와 손들이 수잔을 보니 거지였다. 목도리의 올이 풀려 너덜너덜하고,
신발의 뒷굽이 모두 해졌으며, 주름진 청바지에 허름한 코트를 걸치고,
재포(才包)댁에서 감은 후, 더 이상 감지 않은 머리에서는 맑은 기름이 흘렀다.
수잔이 나가자, 모두를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만냥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채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은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짧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개념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주면 모르되, 이왕 만 냥을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을 하겠는냐?"
수잔은 만 냥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신촌으로 내려갔다.
신촌은 8도의 주당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향락(享樂)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수잔은 거기서 만냥을 앞세워 참이슬, 산, 잎새주 등의 소주를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수잔이 소주를 몽땅 쓸었기 때문에 서강(西江)학당을 제외한 신촌 근방의 모든학교가
엠티를 못가기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수잔에게 두 배의 값으로 소주를 팔았던 학생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빈 병이라도 사 가게 되었다. 수잔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만 냥으로 학생들의 문화생활을 좌우했으니, 대학생들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탁주, 동동주, 빼갈 따위를 가지고 안암도(岸巖島)에 건너가서
사발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해 지나면 고려골의 학생들이 신입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수잔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고려골의 사발값이 열배로 뛰어올랐다.
수잔은 늙은 사공을 만나 말을 물었다.
"바다 밖에 혹시 사람이 살 만한 빈 섬이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종각에서 자아를 잃고 서쪽으로 삼갑자를 흘러가서 어떤 빈 섬에 닿았습지요.
아마 이대(二垈)와 홍대(紅對)의 중간쯤 될 겁니다. 술과 안주는 제멋대로 무성하여
이천냥이면 그 흡족함을 다하고, 온갖 개와 짐승들이 떼지어 놀며,
후배들이 선배를 보고도 놀라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라고 말하니,
사공이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전철을 타고 서쪽으로 가서 그 섬에 이르렀다.
수잔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땅이 천 리도 못 되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토지가 비옥하고 물이 좋으니
단지 화리옹(禾利翁)은 될 수 있겠구나."
"텅 빈 섬에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사신단 말씀이오?"
사공의 말이었다.
"술이 있으면 사람이 절로 모인다네. 돈이없을까 두렵지, 사람이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연희도(延禧島)에 수천의 군도(群盜)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학과에서 교수를 징발하여 학고를 날렸으나 좀처럼 굴하지 않았고,
이제는 군도들도 감히 나가 활동을 못해서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수잔이 군도의 산채를 찾아가서 우두머리를 달래었다.
"천 명이 천 병을 빼앗아 와서 나누면 하나 앞에 얼마씩 돌아가지요?"
"일 인당 한 병이지요."
"이중에 커플이 있소?"
"없소."
"돈은 있소?"
군도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돈이 있는 커플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술을 마신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소개팅을 하고, 학점을 따고, 과외를 해서 돈을 벌며 지내려 하지 않는가?
그럼 술꾼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컵흘의 낙(樂)이 있을 것이요, 학교를 다녀도 학고 맞을까
걱정을 않고 길이 의식의 요족을 누릴 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돈이 없어 못 할 뿐이지요."
수잔은 웃으며 말했다.
"술을 마시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수 있소.
내일 바다에 나와 보오. 붉은 깃발을 단 것이 모두 술을 실은 배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수잔이 군도와 언약하고 내려가자, 군도들은 모두 그를 미친 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군도들이 바닷가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수잔이 삼십만 병의 술을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수잔 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장군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너희들, 힘껏 짊어지고 가거라."
이에, 군도들이 다투어 술을 짊어졌으나, 한 사람이 두 짝 이상을 지지 못했다.
"너희들, 힘이 한껏 두 짝 도 못 지면서 무슨 술을 먹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학생이 되려고 해도,
이름이 3회경고(三會更鼓)의 장부에 올랐으니, 갈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한 짝씩 가지고 가서 사람 하나, 짐승 하나를 거느리고 오너라."
수잔의 말에 군도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수잔은 몸소 이천 명이 1년 먹을 술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군도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배에 싣고 그 빈 섬으로 들어갔다. 수잔이 짐승을 몽땅 쓸어 가서 더이상
신촌 길바닥에는 토사물이 깔리거나 백성이 드러눕는 일이 없었다.
그들은 아스팔트를 바닥삼아 집을 짓고, 대(竹)를 엮어 화장실을 만들었다.
땅기운이 온전하기 때문에 보리가 잘 자라서, 한 해나 세 해만큼 걸러 짓지 않아도
한 줄기에 아홉 이삭이 달려 맥주가 잘 되었다. 3년 동안의 맥주를 비축해 두고,
나머지를 모두 배에 싣고 신천도(神遷島)로 가져가서 팔았다.
신천도라는 곳은 삼십만여 호나 되는 강남역(江南驛)의 속주(屬洲)이다.
그 지방이 한참 흉년이 들어서 구휼하고 소주 백만 병을 얻게 되었다.
수잔이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남녀 이천 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의들과 이 섬에 들어올 때엔 먼저 취(醉)하게 한 연후에 따로 문자를 만들고 의관
(衣冠)을 새로 제정하려 하였더니라. 그런데 땅이 좁고 덕이 엷으니,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아이들을 낳거들랑 오른손에 술잔을 쥐고,
하루라도 먼저 난 사람이 따라주도록 양보케 하여라."
다른 배들을 모조리 불사르면서,
"가지 않으면 오는 이도 없으렷다." 하고 소주 오십만 병을 바다 가운데 던지며,
"바다가 마르면 주워 갈 사람이 있겠지. 백만 병을 안암도(岸巖島)에도 용납할 곳이 없거늘,
하물며 이런 작은 섬에서랴 !" 했다. 그리고 술을 잘 마시는 자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배에 태우면서,
"이 섬에 화근을 없애야 되지." 했다.
수잔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술 약하고 자아잃은 사람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술이 십만 병이 남았다.
"이건 장씨에게 갚을 것이다."
수잔이 가서 최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안씨는 놀라 말했다.
"그대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만 냥을 실패 보지 않았소?"
수잔이 웃으며,
"재물에 의해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당신들 일이오. 만 냥이 어찌 나를 살찌게 하겠소?"
하고, 현물로 술 십만 병을 김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 아침의 숙취를 견디지 못하고 술먹기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만 냥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조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십분의 일로 이자를 쳐서 받겠노라 했다.
수잔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술꾼으로 보는가?"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하씨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수잔이 신정산 밑으로 가서 조그만 초가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늙은 할미가 우물 터에서 빨래하는 것을 보고 김씨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초가가 누구의 집이오?"
"수생원 댁입지요. 가난한 형편에 술먹기만 좋아허더니, 하루 아침에 집을 나가서
5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고, 시방 남편이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 날로 제사를 지냅지요."
연씨는 비로소 그의 성이 수씨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나씨는 받은 술을 모두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주려 했으나,
수잔은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내가 술꾼이 되고 싶었다면 백만 병을 버리고 십만 병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안주나 떨어지지 않고 정신이나 차리게 하여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오씨가 수잔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변씨는 그때부터 수잔의 집에 안주가 떨어지거나 자아가 멀어질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주었다.
수잔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많이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안주빨을 세우란 말이오!"
하였고, 혹 술병을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술병을 기울여 토하도록 마셨다.
.
.
.
인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사대부들이 잠실구장(蠶室球場)에서 고려골에 당했던 치욕을 씻어 보고자하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선비가 주량을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선생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우선, 주량학(酒量學) 문고험불(問顧險佛)같은분은 적국(敵國)에 사신으로 보낼만한 인물이었건만
동방적구백구교(東邦赤球白球敎)에 귀의 하셨고, 호랑거사(虎狼居士) 장군(張群) 같은 분은
소맥(素麥)을 조달할 만한 재능이 있었건만 다른 학교에서 새출발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의 고학번은 가히 알만한 것들이지요. 나는 술을 잘 먹는 사람이라, 내가 마신 술병이
족히 탱구(撑九)의 머리를 깰 만하였으되 바닥에 던져 버리고 돌아온 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차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제갈씨는 본래 간택(間擇) 이정승과 잘 아는 사이였다.
이정승이 회장이 되어서 민씨에게 위항(委巷)이나 여염(閭閻)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하후씨가 수잔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이회장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이 그분과 상종해서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성별(性別)도 모르옵니다."
"그인 기인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이회장은 채플도 물리친 채, 곽씨만 데리고 걸어서 수잔을 찾아갔다.
편씨는 이회장을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수잔을 보고 이회장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수잔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차고 온 술병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술을 들이켜는 것이었다. 사씨는 이회장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수잔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이회장이 방에 들어와도 수잔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이회장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나라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수잔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말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벼슬에 있느냐?"
"회장이오."
"그렇다면 너는 나라의 신임받는 신하로군. 내가 민형선생(民形先生)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임금께 아뢰어서 스타 백승(睡墮百勝)을 하게 할 수 있겠느냐?"
이 대장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하고 수잔은 외면하다가,
이회장의 간청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서역(西域)건너 예비역(豫備域) 노인들이 오반은 옛 은혜가 있다고 하여,
그 잔당들이 우리나라로 많이 망명해와서 조도 없이 정처없이 떠돌고 있으니, 너는 조정에 청하여
화리옹(和理翁)와 이승(彛升)에게 각조의자리를 내어주고, 훈척 권귀뿐만 아니라
입대자의 권한을 뺏어 그들에게 부조장의 직책을 줄 수 있는가?"
이회장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어렵습니다."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천하에 권주(勸酒)를 외치려면 먼저 천하의 호걸들과 접촉하여 결탁하지 않고는 안 되고,
고려골을 치려면 먼저 첩자를 보내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진실로 공공(供恭)과 공일(孔佾)의 때처럼 우리 자제들이 원정을 가서 소주완삭(素酒完削)까지
하도록 허용해 줄 것과, 함부로 소화기의 분출을 금하도록 할 것을 간청하면, 저들도 반드시
자기네에게 친근하려 함을 보고 기뻐 승낙할 것이다. 또, 국중의 자제들을 가려 뽑아
래고(萊告)머리를 깎고 붉은색 옷을 입혀서, 그 중 궁핍자는 가서 편의점 (便意店)에 응시하고,
또 서민은 멀리 안암(岸巖)에 건너가서 음주 하면서, 저 나라의 실정을 정탐하는 한편,
저 땅의 교환학자들과 결탁한다면 한번 천하를 뒤집고 국치(國恥)를 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신촌골 황족에서 구해도 사람을 얻지 못할 경우, 유비, 관우, 장비를 거느리고
조자룡을 부리며 적당한 사람을 대결에 천거한다면, 잘 되면 안암도(岸巖島)의 스승이 될 것이고,
못 되어도 청연지국(靑延之國)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이 대장은 힘없이 말했다.
"사대부들이 모두 조심스럽게 예법(禮法)을 지키는데, 누가 래고(萊告)머리를 하고
홍복(紅服)을 입으려 하겠습니까?"
수잔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사대부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아냐? 강북 땅에서 태어나 자칭 사대부라 뽐내다니, 이런
어리석은 데가 있는냐? 의복은 푸른옷을 입으니 그것이야말로 수모부(數募夫)이나 입는 것이고,
머리털을 송곳같이 만드는 것은 샤기컷에 지나지 못한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예법이라
한단 말인가? 일찌기 공공(供恭)은 승리를 위해서 자신의 간장(肝腸)을 아끼지 않았고,
공일(孔佾)은 나라의 패배를 달래기 위해 고려골의 홍복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제 공사년(空飼年)의 원수를 갚겠다 하면서, 그까짓 간장 하나를 아끼고,
또 장차 술을 달리고 젓가락을 쓰고 병을 던지며 잔을 당기고 붉은색 안주를 먹어야 할 판국에
푸른색의 옷을 고쳐 입지 않고 딴에 예법이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신하라 하겠는가?
신임받는 신하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갈대기(渴大器)로 목을 적셔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칼을 찾아서 생수통을 자르려 했다.
이회장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소화기를 뿌리고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은 삼천피처(衫淺避處)가 뒹굴고 있을뿐 텅 비어 있고,
수잔은 간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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